정말 오랫만에, 아니 처음으로 깨끗하게 세차를 했다. 

어디를 만져도 기름이 묻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세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싸구려로 치부하며 잘 닦지 않았던 내 자전거를 잘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애착이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라겠지만 이 바닥에선 2백만원짜리가 싸구려로 치부된다. 천만원쯤가야 제법 좋구나 소릴 듣는다. 자동차와 달리 더 비싸다고 안전하지도 않다. 경쟁 심리가 만들어낸 비틀어진 허상이다.

오늘 구석구석 닦으면서 느낀건 내 자전거만 해도 충분히 견고하고 정밀한 기계란 점이다. 몇 번의 사고에도 끄덕 없을 정도로 단단했고 항상 나와 동고동락했던 그런 자식과도 같은 기계다. 그동안 내가 너무 소홀했던게 아닌가 반성한다.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 정성스레 문지르고 닦으면서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

최근 꾸준히 술을 먹으면서운동을 하면서 기록이 점점 더 좋아짐을 느낀다. 휠셋 바꿔 빨라진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기쁘다. 중요한건 실력이다. 장비가 아니다. 좋은 장비로 조금 더 빨리 간들 무엇하리. 우리는 프로나 선수가 아니다. 더 운동해서 더 튼튼한 몸을 만드는게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선언한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는 없다. 오로지 튼튼한 몸을 위해 계속 운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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