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주시자전거연합회배 자전거 대회
지난 주에는 제주시자전거연합회배 자전거 대회가 있었다. 코스는 늘 자출하는 애조로. 여기는 나의 홈그라운드가 아닌가. 우수한 성적을 기대해본다.
물론 그게 큰 착각임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번호표를 받았다. 자전거 뒤꽁무니에 달고나니 이제서야 대회에 나간다는 실감이 난다. 1104번. 기천만원짜리 자전거 사이에 애잔하게 걸려있다. 아마추어 대회인데 장비가 무슨 상관이랴. 열심히만 타면 천만원짜리 자전거 하나도 안무섭다. 사실은 무섭다. 이미 결과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난 주엔 운동을 한 번도 안했다. 출장을 갔는데 계속 먹으러 다니고, 저녁엔 술을 마셨다. 명동 교자도 갔다. 고기도 먹었다. 그리고 운동은 안했다.
< 사진 출처는 카페: http://cafe.daum.net/jejucicycle 중학이 옆에 서 있으니 유난히 짧아보인다. 잘못 섰다. 그리고 중학아, 여자친구 생긴거 축하한다. >
당연히 몸상태가 좋을리 없다. 출발하는데 허벅지가 묵직하다. 망했다는 느낌이 온몸을 전율케하며 감돈다.
그나마 태경님은 영주고 트레인에 붙으려고 애를 쓴다. 저 고통스런 표정에서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여고생들이라도 그래도 엘리트 선수인데 붙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나는 붙지도 못하고 경찰차 옆에 나란히 가는 정도로 만족한다. 그래도 경찰차가 따라다니는 선두권이다. 이내 경찰차는 나를 버리고 더 앞으로 나서고 말았다. 이렇게 나는 선두권에서 멀어진다.
로드가 가장 먼저 출발하고 엠티비는 200미터쯤 뒤에서 출발했다. 게다가 엠티비다. 엠티비가 애조로에서 따라온다는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노형동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는데 유난히 바퀴가 두꺼운 자전거가 인사를 한다. 재민님의 엠티비다. 에라이. 충격이다. 가슴을 후벼판다. 내 허벅지는 더욱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망가진 몸상태는 더욱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높은건 심박 밖에 없다. 끝이다.
이제 애조로가 끝나고 기나긴 업힐이다. 첨단과학단지는 왜 그렇게 높은 곳에 조성했으며, 국제대는 왜 그렇게 높은 곳에 학교를 만들었는가. 이미 내 허벅지는 털릴대로 털렸다. 기어를 다 털어내도 부족하다. 이건 비밀인데 난 32T다. 힘들고 멘탈도 붕괴된 상태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32T로 주구장창 올라갔다. 부끄럽다. 당연히 90 RPM으로 돌려도 속도가 나올리 없다. 내 옆으로 여자 선수가 지나간다. 고등학생도 지나간다. 심지어 평페달도 지나가더라. 그냥 끝이다. 나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멘탈은 바닥이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래도 피니시는 고개를 들어야지. 댄싱도 한 번 쳐주고. 간지나게. 그래봤자 뒤에 아저씨가 엠티비다. 처참하다. 좀 더 준비하고 좀 더 몸을 만들어 둘껄 막상 대회가 되니 후회 막급이다. 이번 대회는 나 자신에게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대회였다. 아쉽다. 다음에는 좀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좋은 기록을 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 스트라바 구간이다. 간발의 차로 2위로 들어온 현승님이 1등이다. 마지막 업힐을 제외하면 애조로 평속이 40km/h 가까이 된다. 내리막이 아니라 오르막. 내가 평소에 차 몰고 출근하는 시간이랑 비슷하다. 위대한 기록이다. 새삼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