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빗길 낙차 & 인대 파열
그러니까 가장 크게 다쳐본게 낙차하면서 돌뿌리에 무릎을 찧어 4바늘 정도 꿰맨 일이다. 그때도 얼마나 아팠던지 피를 철철 흘리며 병원에 간 기억이 난다. 지금까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그때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크게 다쳤다.
비가 갓 그치고 아직 노면은 비에 살짝 젖어 있던 상태였다. 1136 중산간 도로의 헤어핀은 생각보다 훨씬 더 경사졌다. 게다가 내리막. 언젠가부터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아웃-인-아웃으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바짝 눕혀 돌곤 했다. 기고만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함에 더 가까웠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코너 진입 전에는 브레이크를 잡곤했는데 마침 그 날은 비가 온 직후였다. 노면이 젖어있었다.
브레이크를 잡자마자 뒷바퀴에 슬립이 일어난다. 내리막이라 이미 몸은 앞으로 기운 후였다. 아차 싶었다. 게다가 우회전 중. 몸은 이미 오른쪽으로 돌아가있다. 뒷바퀴는 하염없이 왼쪽으로 미끄러진다. 회복하기 위해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이때 무게중심은 이동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몸을 세워버린거 같다. 당연히 뒷바퀴는 다시 오른쪽으로 슬립이 나고 원심력때문에 자전거가 좌측으로 강하게 넘어갔다. 정말 강하게.
사정없이 아스팔트에 어깨를 찧었다. 내리막이라 적어도 50km/h는 족히 넘는 속도였다. 워낙 순식간이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생각난건 '이제 내 옷 다 찢어지겠구나'였다.
간단한 찰과상이겠지 일어나야지 생각했지만 어깨가 많이 아팠다. 참기 힘들정도로 계속 아팠다. 뭔가 괜찮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계속 아팠다. 다행히 헬멧, 장갑, 팔토시, 무릎토시까지 완벽히 장비를 갖춘 덕분에 다른 곳은 큰 부상이 없다. 찰과상을 입을만한 부위도 1차로 옷들이 다 지켜줬다. 그러면서 장갑, 팔토시(딱 한 번 밖에 입지 않은 라파 암스크린 Rapha Arm Screens), 무릎토시 모두 찢어졌다.
하지만 어깨는 계속 아팠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가서 받은 판정은 어깨 인대 파열. 어깨 인대가 파열되면서 어깨뼈가 위로 돌출되어 튀어 올랐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두 시간여 응급 처치를 끝내고(그래봐야 X-Ray 사진 찍고 부목을 댄 정도) 집에 오니 이토록 처량할 수가 없다.
어깨 통증이 계속 오는데 수술할때까지는 진통제를 먹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어깨에 온통 신경이 팔려 팔꿈치가 까진 곳은 응급 처치도 받지 못했다. 환자복 사이로 피가 흘러 옷과 함께 짖눌렸다. 그래도 어깨 통증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남은건 수술을 잘 받고 재활을 잘 하는 일이다. 수술은 이번 주 목요일, 수술후에는 깁스를 한 달간 해야 하고 재활 훈련은 6개월 이상 해야 한다고 한다. 올 여름 수영도 못하고 올 한해 싸이클, 테니스 모든 운동이 끝이다. 슬프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됐다.
사고날 당시엔 너무 아파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했는데 응급실까지 데려다준 종훈님, 자전거를 수습해준 명석님, 진길님, 충렬님, 집까지 데려다준 홍채님께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 드리고 싶다. 다행히 그룹 라이딩 중이었고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